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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 가정폭력 여성살해 사건…왜 막지 못했나, 왜 반복되는가

Date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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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천 캐리어 살인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18일 대구 중구에서 50대 여성이 숨진 뒤, 20대 사위와 딸이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신천 하천변에 유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당일 사위가 장모를 폭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사위는 수개월 전부터 배우자인 딸에게도 폭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 모녀는 단 한 차례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위를 존속살해·시체유기·상해·감금 혐의로, 딸을 시체유기 혐의로 각각 구속 송치했다.

17일 오후 3시, 대구여성의전화는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 신천 가정폭력 여성살해 사건 긴급 토론회’를 열고 사건의 구조적 원인을 짚었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사망한 피해자는 딸이 결혼 이후 가정폭력에 시달리자 이를 막기 위해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사위의 상습 폭행에도 불구하고 외부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고, 결국 비극으로 이어졌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언론이 보도하는 ‘엽기 패륜 범죄’, ‘특수한 사례’가 아닌 ‘가정폭력 여성살해’로 규정하며, 예방적 개입과 초기 대응, 지원체계 전반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반복된 비극…“신고 못 하는 구조가 문제”

한국여성의전화가 2009년부터 2025년까지 17년간 집계한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697명에 달한다. 살해 위협을 겪은 여성은 4,002명, 주변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5,096명에 이른다. 이는 언론 보도에 기반한 최소치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2025년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친밀한 관계 내 살인미수 사건 중 61.3%가 가정폭력에 기인했지만, 같은 기간 가정폭력 범죄 검거율은 5% 내외에 그쳤다.

또한 2023년 9월 경찰청이 권인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의 28.8%만 기소되며, 나머지는 불기소(18.8%)되거나 가정보호 사건(48.6%)으로 처리되며, 상담·교육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처분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윤수빈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현행 제도는 피해자 신청과 경찰 재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피해자들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신고를 포기하게 되고, 이 사건 역시 피해자가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개인이 막아보려다 살해당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 가해자 처벌이 약화되는 구조”라며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포괄하는 별도의 처벌법 제정과 처벌 강화가 필요하지만 국회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제적 개입·사망검토 제도 등 적극적으로 사전 개입 필요

토론에 참여한 이들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체계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사무국장은 ▲징역형 종료 후 접근금지 조치 의무화 ▲가해자 GPS 부착을 통한 국가 차원의 이동 관리 등 보다 강력한 사후 통제 방안을 제안했다.

‘사망검토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는 친밀한 관계 내 사망 사건 발생 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사회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제도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이를 통해 폭력의 패턴과 개입 실패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정희 대구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선제적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찰·의료기관·상담소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반복적 폭력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야 한다.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보호 개입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 개정 과제…가정 유지 아닌 피해자 보호 중심으로

이지은 법무법인 그날 변호사는 입법적 과제를 제시하며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건강한 가정의 육성’이라는 목적 아래, 결과적으로 가정 내 폭력을 묵인해 온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며 “법의 목적을 ‘피해자의 안전 확보와 인권 보호’로 명확히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핵심 공백으로 ‘제3자 보호 부재’를 지적했다. 피해자를 돕기 위해 함께 거주하거나 개입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시조치 및 피해자 보호명령의 대상을 ‘피해자와 동거하거나 조력하는 가족 및 관련인’까지 확대하는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피해자의 신고 없이는 국가 개입이 어려운 구조 역시 문제”라며 “의료기관, 학교, 사회복지기관 종사자의 신고 의무를 강화하고, 신고자 보호 제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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